염릉에 가본 사람은 누구나 “십완훈(十碗荤)”을 말한다. 해외에서 떠돌다 고향에 돌아오면 친척들은 “십완훈”으로 접대하며 마을 경사, 생신, 집을 지으며 대들보를 올릴 때, 이사할 때나 성대한 술자리는 “십완훈”이다. 섣달 그믐날 온 가족이 모여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가장 풍성한 가족 송년회 역시 “십완훈”이다.

　　그렇다면 “십완훈”이란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토록 명성이 혁혁한가? “십완훈”이란 고기요리 10그릇을 말한다. 첫 그릇을 “터우완(头碗)”이라고 한다. 왕사발에 산더미처럼 올라오게 담은 죽순닭내장면인데 안에는 동그랗거나 타원형의 튀김이 가득하다. 그것은 고기완자나 튀긴 계란이 아니라 바삭한 찹쌀경단이다.

　　두번째 그릇은 찐 계란인데 옅은 황색을 띄며 야들야들하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입안이 시원해나며 향이 감돈다. 기름끼 있는 “터우완”보다 담백하고 상쾌하다. 그것은 아마 “주문왕과 주무왕의 당겼다 늦추었다 하는 이치”에 따른 것 같다.

　　그다음은 닭고기에 이어 물고기다. 닭은 볶고 물고기는 찐다. 네번째 그릇이 왜 물고기일까 라고 의아해할 수 있는데 연회석의 일반적인 규칙은 “생선이 오르면 술을 그만 마신다”는 말이 있다. 그럼 술을 계속 마실 건지 안 마실 건지? 옆사람을 보면 안 마실 뜻이 없다. 이 두 가지 요리 자체는 별로 특별하지 않지만 이때 상에 오르는 건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바가 있다.

　　다섯번째 그릇은 고기를 네모 반듯하게 썰어서 만든 동파육이다. 하지만 이미 “염릉”화 되었다. 강소성과 절강성에서 처럼 그렇게 많은 설탕을 넣지 않으며 오히려 호남요리의 커우러우(扣肉)와 비슷하다. 여섯번째는 “워이러우(围肉)”인데 염릉사람들은 “경사육(喜事肉)”이라고도 한다. “동파육”이 분량이 있다고 한다면 “경사육”은 너무나도 분량이 크다. 그릇에 가득 한 치나 되는 정방형 고기덩어리를 한층한층 쌓아올려 “워이러우”라 부른다. 그것은 고기를 정량으로 공급하는데 한 사람당 3덩어리씩, 하나는 비곗살이고 두번째 덩어리는 절반은 비계, 절반은 살코기이고 세번째 덩어리는 완전 살코기이다. 한 상에 8명이 둘러 앉으면 24덩어리를 준다. 그럼 어떻게 먹을까? 벌써 유지를 꺼내들고 자기몫을 싸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그걸 집에 가져가려는 것이다.

　　연이어 고기를 두 사발 올린 후 일곱번째 사발은 닭고기, 여덥번째 사발은 물고기이다. 찜닭에 링현의 특산인 표고버섯을 넣는다. 산천어를 정방형 모양으로 썰고 탕즙 그대로 볶는다. 염릉 “십완훈”은 쌍육류, 쌍 닭, 쌍 물고기를 강조한다. 이때 밥을 푸는 사람이 있다. 이번의 물고기요리야말로 술을 그만 마신다는 신호이다.

　　마지막 두 그릇은 유부 돼지고기 볶음과 다시마 돼지고기 찜이다. 느끼하게 육류를 먹은 후에 어느 정도 가볍게 먹는 셈이다. 이때에는 배가 불러 별로 먹지 못 할 수도 있다. 같이 간 친구는 이것이 바로 염릉의 가장 풍성한 “십완훈”이라고 알려 줄 것이다.

　　염릉 노인들의 소개에 따르면 염릉 “십완훈”은 최초에 조정에서 염제릉에 제사를 올리려고 파견된 “흠차”를 위해 지방에서 금제기간 후의 육식 시작, 송별연 연회석이다. 규정에 따라 의전제 흠차는 염제릉에 오면 채식만 하고 육류를 먹을 수 없다. 제사가 끝나고 경성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지방에서 “십완훈”으로 초대하는데 그 풍성함은 짐작할 수 있다. 후에 그 연회석이 민간에 전해지면서 백성들이 귀빈을 초대하거나 축제를 개최하는 최고의 예절로 되었으며 염릉 “십완훈”은 염릉현의 풍속으로 되었다. 하지만 생활이 부유해지면서 더 이상 유지로 고기를 싸서 집에 가져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풍속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